[명강리뷰] 외부물질들, 약인가, 독인가? by 김병문 교수 ㅣ 2017 봄 카오스 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8강
우리 몸은 끊임없이 생체 이물질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갑니다. 음식물, 의약품,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모든 물질을 '생체 이물질' 혹은 '제노바이오틱스'라 부릅니다. 대표적인 예로 보톡스가 있는데, 이는 보툴리눔 톡신이라는 강력한 신경 독소 단백질입니다. 원래 사시나 다한증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으나 현재는 근육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해 주름을 개선하는 미용 목적으로 널리 쓰입니다. 하지만 이 물질은 단 500g만으로도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독성을 지니고 있어, 생체 이물질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보여줍니다. 신약 개발의 역사는 우연한 발견과 과학적 설계의 조화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푸른곰팡이에서 발견한 페니실린이나 실험 중 실수로 찾게 된 사카린처럼 과거에는 우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화합물의 3차원 분자 구조를 분석하여 특정 표적에 맞게 설계하는 합리적 신약 설계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이렇게 발견된 후보 물질은 전임상 시험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2·3상을 통과해야 합니다. 수만 개의 후보 물질 중 단 한두 개만이 이 엄격한 과정을 뚫고 의약품으로 허가받아 우리 곁으로 오게 되며, 시판 후에도 임상 4상을 통해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감시받습니다. 입을 통해 들어온 약물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온몸으로 퍼집니다. 간은 생체 이물질을 분해하고 배출하기 위해 다양한 효소를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약물 간의 상호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에 좋다고 알려진 세인트존스워트라는 허브차는 간의 특정 효소를 증가시켜 다른 약물의 분해를 촉진합니다. 실제로 신장 이식 환자가 이 차를 마셨다가 면역 억제제가 너무 빨리 분해되는 바람에 이식된 장기에 거부 반응이 일어난 사례도 있습니다. 천연 성분이라 할지라도 우리 몸 안에서는 복잡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생체 이물질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흔히 복용하는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도 오남용 시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대사될 때 활성화된 중간체를 생성하는데, 평소에는 '글루타티온'이라는 청소부 물질이 이를 안전하게 제거합니다. 하지만 과량을 복용하거나 술과 함께 섭취하면 글루타티온이 고갈되어 독성 중간체가 간세포를 파괴하고 결국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알코올은 간의 산화효소를 유발해 독성 물질 생성을 더욱 촉진하므로, 술을 마신 후 숙취 해소를 위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행위는 간 건강에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약성 약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를 교란하여 강력한 중독을 일으킵니다. 코카인은 쾌감을 주는 도파민의 재흡수를 막아 수용체를 과도하게 활성화하며, LSD와 같은 환각제는 뇌의 인지 기능을 왜곡합니다. 최근에는 미량을 투약해 능률을 높이려는 시도도 있으나, 이는 결국 중독으로 가는 위험한 관문이 될 뿐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결국 화학물질이며, 생체 이물질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핵심입니다. 천연 물질이라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며, 모든 생체 화학물질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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