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인터뷰]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인간의 진화😘 | 2022 카오스강연 '진화'
다윈의 진화론에서 성선택은 자연선택의 관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현상입니다.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의 원리와 달리, 자연계에는 공작의 화려한 깃털처럼 오히려 생존에 방해가 되는 형질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형질들은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고 도망치기에도 불편하지만, 암컷에게 선택받을 확률을 높여줌으로써 다음 세대로 전달됩니다. 즉, 생존이 아닌 짝짓기 성공을 위해 보존되는 '성적으로 선택된 형질'인 것입니다. 이는 진화의 동력이 단순히 살아남는 것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성선택과 자연선택의 관계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어져 왔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자연선택은 생존과 번식을 통해 형질의 차이가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므로, 성선택 역시 자연선택의 큰 틀 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두 개념은 서로 다른 초점을 가집니다. 자연선택이 수명이나 적응력 등 전반적인 적합도에 관여한다면, 성선택은 교미 빈도나 짝짓기 성공률과 같은 번식 관련 형질에 더 집중합니다. 결국 성선택은 개체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치르는 치열한 경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형질들은 생존 능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번식 성공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수컷 개구리가 포식자에게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크게 우는 것이나,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것은 자신의 생존 확률을 낮추는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질이 유지되는 이유는 생존의 감소분보다 번식을 통한 유전자 전달의 이득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즉, 자연선택의 과정에서 생존과 생식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최적화되는 과정에서 성선택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진화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느냐의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인간의 고유한 형질 중에서도 성선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머, 예술, 지능과 같은 정신적 능력들은 생존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형질들이 공작의 꼬리처럼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도구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기가 막히게 멋있고 휘황찬란하지만 실생활에서의 실용성이 모호한 인간의 문화적 역량들이 사실은 성선택에 의한 결과물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각 형질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진화했는지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성선택이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다윈이 처음 성선택 이론을 발표했을 당시, 영국 사회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특히 암컷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주장은 당시의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로 인해 성선택 연구는 약 100년 동안 정체기를 겪었으나, 1960년대 이후 여성 운동과 함께 다시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 진화생물학에서는 발표되는 논문의 상당수가 성선택을 다룰 정도로 그 중요성이 높게 평가됩니다. 아무리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라도 번식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진화할 수 없기에, 성선택은 자연선택보다 더 강력하고 결정적인 진화의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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