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 너의 정체는? (4) _ 정종경 교수 | 2017 봄 카오스 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7강 | 7강 ④
생명체의 에너지 화폐인 ATP는 외부에서 공급되는 음식물을 소모하여 만들어집니다. 식물의 광합성과는 달리, 인간의 ATP 생성은 햇빛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외부 영양 공급만 충분하다면 햇빛이 없는 환경에서도 인간의 생존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비타민 D 합성이나 시각적 인지 등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햇빛이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생존 그 자체와 건강한 삶의 질은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ATP는 그 중심에서 생명 유지의 근본적인 동력을 제공합니다. 노화 연구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불로장생에 있지 않습니다. 현대 의학이 지향하는 바는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라파마이신과 같은 약물을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수명이 길어짐과 동시에 암 발생 확률이 줄어드는 결과가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는 노화 억제 기술이 단순히 생물학적 시간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후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노화 연구의 핵심 과제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발전소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세포 자살을 결정하는 '아포토시스' 신호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암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통한 에너지 생산을 기피하고 세포질에서의 비효율적인 방식을 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암세포는 자살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개수를 줄여 생존을 도모합니다. 이러한 암세포의 독특한 대사 전략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선택이며, 미토콘드리아가 단순한 에너지 생산 기구 이상의 복합적인 생명 조절 장치임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ATP는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실질적인 생체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인산기가 단백질에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강한 전하와 에너지 변화가 단백질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원리입니다. 우리 몸은 정교한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모든 생리 작용을 수행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무한 동력이 아니기에,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로부터 음식물을 섭취해야 합니다. 자동차가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움직이듯, 생명체는 ATP라는 단위를 통해 세포 내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며 생명을 유지해 나갑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다이어트 상황에서도 우리 몸은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하여 뇌에 필요한 포도당을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이를 포도당 신생합성이라 부르며, 비상시에는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교한 대사 시스템과 ATP 활용 능력은 수십억 년 전 산소가 없던 지구 초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생명의 유산입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가 공통적으로 ATP를 에너지 화폐로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 시스템이 생명 진화의 역사에서 얼마나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선택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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