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승관 _ 알고 보면 고마운 구더기 | 2022 '진화가 필요한 순간'
곤충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많은 이들이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낍니다. 서울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곤충의 진화와 유전체를 연구해 온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면, 이러한 공포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방어 기제였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독이 있거나 질병을 옮기는 개체를 피하려는 본능이 학습과 경험을 통해 대를 이어 전달된 결과인 셈입니다. 곤충을 단순히 혐오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그들의 생태적 가치와 진화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우리가 가진 막연한 두려움은 새로운 호기심과 존중으로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곤충의 역사를 추적하는 데 있어 화석은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영화 속 장면처럼 나무 수액에 갇혀 굳어진 호박 화석은 수천만 년 전 곤충의 원형을 생생하게 보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우나 게와 같은 갑각류와 친척 관계인 곤충은 키틴질의 단단한 외골격을 가지고 있어, 점토층에 묻혀 강한 압력을 받으면 그 형태가 정교하게 남기도 합니다. 이러한 화석 기록들은 수억 년 전 초기 곤충들이 마디마다 다리가 있던 원시적인 구조에서 오늘날의 정교한 신체 구조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 유산입니다. 최근 미래 식량 자원으로 주목받는 식용 곤충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과 기대가 공존합니다. 메뚜기 튀김이나 누에나방 번데기처럼 이미 익숙한 경우도 있지만, 대중적인 주류 식품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가장 큰 장벽은 심리적인 혐오감과 더불어 엄격한 식품위생법상의 제한입니다. 곤충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환경 친화적인 단백질 공급원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미식의 영역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주류 식량이 되기보다는 특별한 별미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흔히 혐오하는 해충이 때로는 생명을 구하는 익충으로 변모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파리의 애벌레인 구더기입니다. 불결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구더기 중 특정 종은 살아있는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썩은 살만 골라 먹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당뇨 합병증 등으로 괴사한 상처 부위를 치료하는 의료용 구더기가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관점에서 규정한 '해충'이라는 정의가 상황에 따라 얼마나 상대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가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곤충의 신체 구조는 오랜 진화의 산물로, 일정한 규칙 안에서 다양성을 꽃피워 왔습니다. 초기에는 마디마다 다리가 달린 원시적인 구조였으나, 진화를 거듭하며 머리, 가슴, 배의 구분과 다리 6개, 날개 4개라는 정교한 신체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척추동물이 기본적인 골격 구조를 유지하며 변주되듯, 곤충 역시 이 기본 틀 안에서 코가 길어지거나 등이 넓어지는 등의 세부적인 변화를 통해 환경에 적응해 왔습니다. 이처럼 정교하게 완성된 생물학적 구조는 곤충이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핵심적인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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