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종의 기원, 종의 분화 _ by 장이권 ㅣ 2022 가을 카오스강연 '진화' 5강 | 5강
찰스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은 현대 생물학의 근간을 이루며 세상 속 인간의 위치를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다윈은 이 책에서 종분화의 가능성과 그 메커니즘을 심도 있게 다루었는데, 흔히 갈라파고스의 핀치새를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종분화는 먼 과거의 역사나 외딴섬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논과 숲에서도 지금 이 순간 종분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는 종의 탄생과 분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새로운 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개체군 사이의 유전적 교류가 차단되는 '생식격리'가 필수적입니다. 생식격리는 크게 수정 전 격리와 수정 후 격리로 나뉘는데, 서식지나 번식 시기의 차이, 혹은 구애 노래의 변화 등이 수정 전 격리에 해당합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귀중한 생식 세포를 낭비하지 않는 수정 전 격리가 개체에게 더 유리한 전략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격리 메커니즘이 오랜 시간 유지되면서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개체군들은 각자 독립적인 진화의 길을 걷게 되며 마침내 서로 다른 종으로 고착됩니다. 현재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같은 논에 살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생식격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청개구리는 주로 논둑 근처에서 노래하는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경쟁에서 밀려나 논 안쪽 깊숙한 곳에서 벼를 붙잡고 노래를 부릅니다. 또한 수원청개구리는 포식자의 위험을 무릅쓰고 청개구리보다 이른 오후부터 노래를 시작하여 자신들만의 시간을 확보하려 애씁니다. 이러한 공간적, 시간적 분화는 두 종이 서로 섞이지 않고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공존할 수 있게 만드는 현재 진행형의 진화적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서식지를 추적해 보면 두 종의 분화 과정을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개구리의 원서식지는 산지 습지였던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평지의 늪지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래는 서로 마주칠 일이 없던 두 종이었으나, 인간이 농경지를 확대하고 늪을 논으로 개간하면서 강제로 한 공간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수원청개구리는 생존을 위해 기존의 행동 양식을 수정해야만 했고, 이는 인위적인 생태계인 논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적응의 결과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종분화의 반대 과정인 '역종분화' 현상이 관찰되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서식지 파괴와 개체수 감소로 인해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 사이의 생식격리가 무너지면서 잡종이 형성되는 '이입교잡'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체수가 적은 수원청개구리의 유전체가 흔한 청개구리의 유전체 속으로 흡수되면서 고유한 종의 특색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종분화가 단순히 종이 늘어나는 과정만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다시 하나로 합쳐지거나 사라질 수 있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종분화의 또 다른 형태인 '이소종분화'는 지리적 장벽에 의해 발생합니다. 최근 신종으로 발표된 노랑배청개구리는 차령산맥이라는 지리적 경계를 사이에 두고 수원청개구리와 갈라져 독립적으로 진화해 온 사례입니다. 산맥이 유전자 흐름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하면서 남쪽의 노랑배청개구리와 북쪽의 수원청개구리는 형태와 노랫소리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그리고 지리적 격리가 맞물려 돌아가며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을 풍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우리는 흔히 종을 고정된 실체로 생각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만들어지며 사라지는 연속적인 과정 위에 있습니다. 종분화의 단계를 1에서 10까지의 수치로 본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생물들은 그 과정의 어느 한 지점을 지나고 있는 셈입니다. 수원청개구리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종분화는 지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현재의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진화의 여정을 이해하고 기록하는 일은 단순히 학술적 가치를 넘어, 사라져가는 생명들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강연] 종의 기원, 종의 분화 _ by 장이권 ㅣ 2022 가을 카오스강연 '진화' 5강](https://i.ytimg.com/vi/GNhA7ZY9594/maxresdefault.jpg)
![[인터뷰] 곽명해_생물다양성을 유지하려면? / Bend the Curve를 위해 다 같이 노력 | 2022 카오스강연 '생명행성(Life planet)'](https://i.ytimg.com/vi_webp/T7zE2O8wO74/maxresdefault.webp)
![[SF2020] SF포럼 - 11/12(목)](https://i.ytimg.com/vi/b0hGxGxPhTQ/maxresdefaul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