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린이를 부탁해] 어린이 과학동아 8월호
서울 인사동 한복판에서 세종 시대의 과학 기술을 상징하는 금속 활자와 자격루 부품들이 대량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조선 왕조 500년의 수도였던 서울은 오랜 세월 사람들이 거주하며 층층이 역사를 쌓아온 곳입니다. 특히 과거에는 습지였던 지형적 특성상 기존 건물 터 위에 새로운 집을 짓는 방식이 반복되었고, 임진왜란과 같은 혼란기에 묻어둔 유물들이 현대에 이르러 깊은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입니다. 이번 발굴은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조선 초기 과학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쇄술의 역사에서 목판과 금속 활자는 각각 뚜렷한 특징을 지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보여주듯 목판은 제작이 비교적 쉽고 비용이 적게 들지만, 보존이 어렵고 판 전체를 깎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반면 현존 최고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로 대표되는 금속 활자는 제작 과정은 까다롭지만, 한 번 만들어진 활자를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을 짤 수 있어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효율성은 지식의 보급과 기록 문화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번 발굴에서는 조선의 정밀한 시간 측정 기술을 보여주는 자격루 부품인 주전도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자격루는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물의 양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로, 파수호에 물이 차오르면 부전이라는 부품이 서서히 떠오르게 됩니다. 이 부전이 상승하면서 장치 내부에 설치된 구리 구슬을 건드려 떨어뜨리고, 이 구슬이 다른 부품들을 연쇄적으로 작동시켜 종이나 북을 울림으로써 시간을 알리는 원리입니다. 이번에 출토된 부품은 바로 이 구슬이 설치되는 핵심적인 부분으로 당시의 정교한 기계 공학 수준을 증명합니다. 해시계와 자격루 외에도 이번 발굴에서 주목받는 유물은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입니다. 낮에만 시간을 잴 수 있는 해시계의 한계를 극복한 일성정시의는 해와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여 밤낮에 관계없이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세종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총 4개의 일성정시의가 제작되었다고 전해지나 그동안 실물이 발견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습니다. 무려 584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이 유물은 조선 초기 천문학이 도달했던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토된 유물들은 앞으로 정밀한 보존 처리와 과학적 분석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금속 활자에 남은 먹을 추출하여 연대를 측정하거나 금속의 성분을 분석함으로써 제작 당시의 기술력을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고증을 통해 유물의 정확한 의미가 밝혀지면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복원도들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작업도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선조들이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시간을 다스리고자 했던 열정이 담긴 이번 유물들은 우리 과학사의 공백을 메워줄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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