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토크콘서트 '인공지능 작곡가 이봄(EvoM)을 소개합니다' - 제28회 필사이언스 강연
19세기 초 카메라의 등장은 당시 화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실적으로 그리는 능력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절, 기계가 인간보다 더 정교하게 사물을 포착하게 되자 예술의 종말이 예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내면의 빛과 인상을 포착하는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습니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등장 역시 이와 닮아 있으며,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겼던 창작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지만, 실제 인공지능은 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정교한 소프트웨어에 가깝습니다. 알파고가 바둑이라는 규칙 안에서 최적의 수를 찾듯, 생성형 인공지능 역시 데이터 속에 숨겨진 규칙과 논리를 학습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을 대체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연산과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해 주는 고도로 지능화된 도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은 의외로 매우 수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음계와 리듬, 화성의 조합은 논리적인 배열을 따르기에 연산 능력이 뛰어난 인공지능에게 적합한 영역입니다. 인공지능은 악보상의 음표를 숫자로 인식하고, 이를 다시 소리 신호인 MIDI 데이터로 변환하여 음악을 생성합니다. 단순히 기존 곡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음악 이론의 기초 위에서 수만 가지의 조합을 실험하며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공학적 접근은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공지능 작곡가 '이봄(EvoM)'은 인간 작곡가가 머릿속으로 음악을 들으며 수정하고 다듬는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했습니다. 실제 작곡가가 작업을 할 때 뇌의 청각피질이 활성화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시스템 스스로가 생성한 곡을 평가하고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음악적 기호를 조합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인간의 감성에 다가가는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기계적인 생성을 넘어선 진정한 의미의 창의 지능에 가깝습니다. 인공지능의 활약은 실험실을 넘어 실제 공연 무대에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과 같은 상징적인 공간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치거나, 버스킹 현장에서 뮤지션들과 즉석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기계가 만든 음악에 거부감을 느끼던 이들도, 인공지능의 곡이 전달하는 편안함과 인간적인 선율에 놀라움을 표하곤 합니다. 이러한 협업은 인공지능이 인간 아티스트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고 표현의 범위를 넓혀주는 파트너임을 보여줍니다. 메타버스와 디지털 콘텐츠의 확산으로 음악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인간 작곡가만으로는 이를 모두 충당하기 어렵습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양의 초안을 빠르게 생성함으로써 콘텐츠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이는 기존 음악 시장의 위축이 아닌,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확장을 의미합니다. 인공지능이 배경음악이나 기초 편곡을 담당하면, 인간은 그 위에 더욱 깊은 감성과 예술성을 입히는 고차원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창작의 대중화' 시대를 열어줄 것입니다. 악기를 다루지 못하거나 작곡 이론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노래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인공지능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든든한 친구이자 협력자로 받아들일 때, 우리의 문화적 지평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기술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만들어낼 풍요로운 예술 생태계는 인공지능과 함께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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