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전염병에 맞서온 과학_by안광석 l 제 31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세상을 바꾼 과학, 과학이 여는 미래" | 2강
바이러스는 크게 급성 감염과 만성 감염으로 나뉩니다. 코로나19나 독감 같은 급성 감염은 백신과 치료제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며,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결국 회복의 길로 들어섭니다. 반면 만성 감염 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을 인체와 함께하며 끊임없이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기에 치료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현대 과학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이러한 만성 감염 바이러스까지도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은 단순한 질병 이상의 역할을 하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왔습니다. 나폴레옹이 황열병으로 인해 루이지애나 땅을 미국에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나,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 이후에야 아프리카 식민지화가 가속화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고 국가의 지형도를 바꾸는 등 인류 문명사에 거대한 흔적을 남겼으며, 때로는 제국의 몰락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과학적 사고가 정립되기 전 인류는 전염병 앞에서 무력했습니다. 하지만 1848년 런던의 존 스노는 콜레라 사망자들의 거주지를 분석하여 오염된 물 펌프가 원인임을 밝혀냈고, 이는 현대 역학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후 코흐가 콜레라균을 실제로 발견하며 질병의 원인이 미생물임을 입증했습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분석과 발견은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과학적 대처 방식의 기틀을 마련해주었으며,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대 의학이 전염병과 싸워 이길 수 있게 된 데에는 세 명의 선구적인 과학자의 공로가 큽니다. 백신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너, 모든 질병이 미생물에 의해 발생함을 밝힌 파스퇴르, 그리고 방부 위생법을 고안한 리스터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의 발견 덕분에 인류의 평균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며, 과거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던 감염병들은 이제 현대 과학의 관리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는 과학이 인류의 생존에 기여한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입니다. 백신 제조 기술은 유정란을 이용한 전통적인 방식에서 생명공학의 발전과 함께 mRNA 플랫폼 기술로 진화했습니다. 과거에는 바이러스 사체를 직접 활용해야 했기에 위험성과 생산 속도의 한계가 있었으나, 이제는 항원 정보만을 담은 유전자를 주입하여 안전하고 신속하게 백신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생산 공정을 표준화하고 병원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새로운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가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팬데믹은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한 인수공통 감염병의 증가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모기의 서식지가 넓어지고 인간과 동물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서, 동물의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올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환경적 위협이며, 과학자들은 이를 '회색 코뿔소'처럼 충분히 예견된 위기로 인식하고 철저한 기초 연구를 통해 다음 위기를 대비해야 합니다. 미래의 과학자들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백신과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점막 백신 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도전 정신입니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 우리도 독서와 여행을 통해 생각의 크기를 키워야 합니다. 과학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도구를 넘어, 인류와 미생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지혜로운 길을 찾는 끊임없는 탐구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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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광석_차세대 범용 백신을 꿈꾸는 바이러스 면역학자 |제31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세상을 바꾼 과학, 과학이 여는 미래"](https://i.ytimg.com/vi_webp/U5rsFAn5UO0/maxresdefaul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