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쓴 과학책#1] 떨림과 울림 by김상욱 | KAOS X 공원생활 특집 | 김태훈의 게으른 책읽기
물리학은 단순히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만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고대 철학자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 정의했듯, 인류는 끊임없이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질문해 왔습니다. 현대 물리학은 이 거대한 우주를 수학적 법칙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근원적인 질서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며, 복잡한 현상 이면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철학적 태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이 객관적인 실체라고 믿지만,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감각 기관을 통한 해석의 결과일 뿐입니다. 빛이 물체에 반사되어 망막에 맺히고 전기 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은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물리적 절차입니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굴절되듯 우리의 인식도 왜곡될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사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물리학은 이처럼 건조한 기계적 진동의 세계를 인간적인 영역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과학은 인류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문명을 성숙시켜 왔습니다. 인간은 38억 년이라는 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이며, 광활한 우주의 작은 행성에 거주하는 원자의 집합체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때로 인간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과학이 알려주는 존재의 본질을 바탕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문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나가야 합니다.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과학적 사고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팬데믹과 같은 혼란 속에서 인간은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으려는 본능적인 속성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러나 과학은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명확히 지목해 줍니다. 바이러스라는 실체를 규명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근거 없는 미신이나 혐오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 전체가 단결하여 공동의 적과 싸워야 한다는 이성적인 판단은 바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할 때 가능해집니다. 우주가 수학이라는 언어로 기술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기적과 같습니다. 인간의 뇌는 광활한 우주를 이해하기보다는 지구라는 환경에서 생존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최적화되어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양자역학이나 시공간의 휘어짐 같은 개념이 우리의 상식과 충돌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현상일지라도 수학적 법칙 안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우주의 법칙에 맞추어 사고를 확장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물리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흥미로운 방식을 제안합니다. 하나는 현재의 상태가 다음 순간을 결정한다는 인과론적 관점이며, 다른 하나는 시작과 끝을 정해두고 전체 경로를 조망하는 목적론적 관점입니다. 후자의 방식은 마치 미래를 알고 현재를 사는 듯한 시각을 제공하며, 우리의 선형적인 시간 개념을 뒤흔듭니다. 이러한 물리적 통찰은 테드 창의 소설처럼 인문학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삶과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다차원적으로 넓혀주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물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세상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눈을 갖는 과정입니다. 비록 물리학이 인간의 복잡한 사회적 문제나 감정적인 갈등을 직접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세계의 규칙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삶의 불확실성을 걷어내 줍니다. 객관적인 물리 세계와 주관적인 인문학적 가치가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우주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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