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뇌'비게이션 _ by곽지현|제30회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공개강연 | 1강
뇌과학은 수학, 인공지능,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어야만 정복할 수 있는 거대한 미지의 영역입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3차원 공간에 존재하며,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길을 찾고 공간을 탐색하는 행위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합니다. 이러한 목적 지향적 길 찾기는 먹이를 구하고 포식자를 피하는 생존의 필수 요소입니다. 현대인은 스마트폰의 GPS 기술에 의존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만, 자연계의 수많은 생명체는 별도의 기기 없이도 뇌의 기능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 사이의 관계를 정교하게 계산하며 살아갑니다. 공간 인지에 대한 탐구는 오래전부터 철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시공간 인식이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본유적인 능력이라고 보았습니다. 이후 심리학자 에드워드 톨먼은 복잡한 미로를 통과하는 쥐의 행동을 관찰하며 '인지 지도'라는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이는 생명체가 머릿속에 공간에 대한 지도를 그려 위치와 경로를 파악한다는 이론입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눈을 감고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뇌 속에 이러한 인지 지도가 표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뇌 속의 위치 결정 시스템인 '뇌 GPS'를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존 오키프 교수는 해마에서 특정 장소에 도달했을 때만 반응하는 '장소 세포'를 발견하여 공간 인지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이어 모세르 부부 교수는 해마와 연결된 내후각 피질에서 정육각형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발화하는 '격자 세포'를 찾아냈습니다. 장소 세포가 특정 지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격자 세포는 공간 전체의 좌표 체계를 형성합니다. 이 세포들은 설치류뿐만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함이 입증되었습니다. 뇌에는 장소 세포와 격자 세포 외에도 길 찾기를 돕는 다양한 특화 세포들이 존재합니다. 머리 방향에 따라 반응하는 '머리 방향 세포', 장애물과의 거리를 인지하는 '경계면 세포', 그리고 이동 속도를 감지하는 '속도 세포'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완벽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또한 우리는 평면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3차원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박쥐나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뇌는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날아다니는 상황에서도 3D 장소 세포를 통해 입체적인 공간 정보를 정확하게 처리합니다. 이러한 뇌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질병 연구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경우,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해마와 내후각 피질에 가장 먼저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기억 중추와 길 찾기 세포들이 사멸하면서 심각한 기억 장애와 함께 방향 감각 상실 증상이 나타납니다. 치매 환자들이 길을 잃고 배회하는 현상은 단순한 기억력 감퇴를 넘어, 뇌 속의 GPS 장치가 물리적으로 손상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길 찾기 능력의 변화는 치매의 조기 진단을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뇌과학의 성과는 공학적 응용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 공학은 뇌의 내비게이션 원리를 모방하여 더욱 스마트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특히 뇌세포의 활동을 수학적으로 모사한 인공 신경망은 기존 인공지능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와 학습량으로도 효율적인 공간 탐색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뇌의 기전을 반영한 반도체나 제어 알고리즘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로봇 기술의 핵심적인 토대가 됩니다. 이는 생물학적 뇌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에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는 '시간 세포'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해마와 내후각 피질은 시간, 공간, 그리고 기억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합하여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을 저장하는 방식을 결정합니다. 뇌비게이션 연구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와 미래 기술 발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합니다. 뇌 속의 신비로운 지도를 탐구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가 누구이며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밝혀내는 여정이며, 이는 인류의 지적 지평을 넓히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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