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CERNprise!: CERN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_ by윤진희ㅣ 2021 가을 카오스강연 '과학의 희열' 1강 | 1강
인간은 주변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습니다. 지구가 왜 도는지, 밤하늘의 별은 몇 개인지와 같은 원초적인 호기심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해 왔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과학이라는 학문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물리학은 우리가 가보지 못한 먼 우주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계까지,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을 탐구하며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경이로운 여정입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탐구는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는 핵심이 됩니다. 물리학이 다루는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10의 29승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우주를 다루는 거시 세계부터, 10의 -15승 미터 규모의 초미시 세계까지 모두 물리학의 연구 대상입니다. 이는 10분의 1로 나누는 과정을 무려 15번이나 반복해야 도달할 수 있는 극미의 영역입니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이 넓은 범위를 실험과 이론을 통해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는 점은 물리학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질은 쪼개고 쪼개다 보면 원자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은 원자 너머의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원자는 다시 전자와 핵으로 나뉘고,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현대 물리학은 양성자와 중성자 내부에서 '쿼크'라는 더 기본적인 입자를 찾아냈습니다. 현재 우리는 쿼크를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 입자로 믿고 있으며, 이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물질을 형성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초미시 세계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아주 작은 입자들은 일반적인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속기와 검출기를 사용합니다. 가속기는 입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하여 충돌시키는 역할을 하며, 이는 마치 호두 내부를 보기 위해 껍질을 깨는 망치와 같습니다. 입자가 충돌하며 발생하는 신호를 포착하여 내부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직접 볼 수 없는 극미의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속기 기술의 정점은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인 CERN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입니다. 지하 100미터 깊이에 설치된 이 장치는 둘레가 무려 27km에 달하며, 빛에 가까운 속도로 입자를 가속합니다. 과거에는 안개 상자나 거품 상자를 이용해 입자의 궤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분석했지만, 오늘날의 실험은 거대한 격납고 규모의 검출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는 컴퓨터 분석을 거쳐 우주와 물질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됩니다. 현대 입자 물리학의 근간인 표준 모형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과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합니다. 여섯 종류의 쿼크와 경입자,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힘을 전달하는 매개 입자들이 정교한 가계도를 이룹니다. 특히 2013년에 발견된 힉스 보존은 다른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 초미시 세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강력을 이해하는 것은 물질의 탄생 원리를 밝히는 핵심 과제입니다. CERN에서 진행되는 앨리스 실험은 납 이온을 충돌시켜 우주 탄생 직후의 상태를 재현합니다. 이는 약 138억 년 전 빅뱅 직후의 뜨거웠던 우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수천 명의 과학자가 협력하여 찰나의 순간에 벌어지는 입자들의 변화를 추적하며 인류 지식의 최전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우주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제시하려는 숭고한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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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진희_ 산이 좋아 CERN에서 연구 시작했어요! | 2021 가을 카오스강연 '과학의 희열'](https://i.ytimg.com/vi/b4N4rFYCGDw/maxresdefaul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