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인터뷰] Nature vs Nurture🤷♀️🤷♂️ | 2022 카오스강연 '진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본성과 양육에 관한 논쟁은 현대 과학을 통해 더욱 복잡하고 흥미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비만을 단순히 개인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기도 했으나, 오늘날에는 유전적 요인과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인간은 유전자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 동시에, 스스로 환경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문명'이라는 독특한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우리는 문명 안에서 살아가며 그 혜택을 누리지만, 동시에 문명이 제공하는 새로운 환경으로부터 다시금 깊은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 나가는 존재입니다. 만약 10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를 현대의 뉴욕에 데려다 놓는다면, 그는 수렵 채집 대신 뉴요커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이는 인류의 뇌 구조가 과거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의 변화가 개체의 삶을 얼마나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생물학적 진화보다 '문화적 진화'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유전적 후손을 남기는 것보다 어떤 '밈(meme)'을 생성하고 공유하느냐가 환경 문제 해결과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문화적 변화는 생물학적 변화의 속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습니다. 유전자와 환경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삶을 형성합니다. 인간의 DNA는 진공 상태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환경적 신호가 주어질 때 비로소 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양육과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일지라도 인간다운 행동이나 정신 상태를 갖추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본성과 양육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의미하며, 두 요소가 결합하여 한 개인의 온전한 삶을 완성한다는 통합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후성유전학은 유전자가 고정된 운명이 아님을 시사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유전적 바탕은 수억 년의 진화를 거쳐 형성되었지만,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 양상은 가역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질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환경적 노력을 통해 그 영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에게 삶의 선택권과 의지를 부여합니다. 이는 유전학을 운명론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설계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생물학적 토대 위에서 펼쳐지는 고도의 지적 유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가 허락하는 유전적 한계 내에서 우리는 자연계의 어떤 생물보다 유전자의 직접적인 명령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다채로운 문화를 향유합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유전적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으나,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환경에 적응하며 쌓아온 문화적 역량이 공동체의 발전과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원동력이 됩니다. 본성과 양육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인류를 지금의 모습으로 이끌어온 두 개의 거대한 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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